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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3 (2018년 12월호)

  • 올해 2월, 한국 최초 ‘테슬라 상장’1)으로 주목받은 기업이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견 IT 기업, 카페24다. 최근에는 연매출 1조 6000억 원의 일본 대형 패션기업에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카페24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벤처 1세대로 시작해 닷컴버블까지 견뎌낸 이재석 대표가 있다. 창업 당시 PC통신 시대부터 지금의 제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그는 과감한 직관과 검증,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금의 카페24를 일구어 냈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카페24 본사에서 벤처 역사의 산증인, 이재석 대표를 만나 카페24만의 성공 비결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Q. 어느새 2018년의 마지막 달인데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카페24가 코스닥에 상장된 것이겠죠. 지난 2월에 상장되었는데 벌써 오래 전 일 같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참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일본 진출도 의미가 큽니다. 오픈하자마자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까요. 비즈니스를 20년간 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기 힘든데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Q. 카페24의 테슬라 상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 많은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을 때 상장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성장보다 상장 위주로 가다 보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욕심을 낸 것은 성장과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장이 늦어지긴 했지만 덕분에 성장과 상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어요. 테슬라 상장은 자본 시장 진입을 위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1) 테슬라상장 :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처럼 당장은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고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받을 수 있게하는 특례 상장제도
     




    Q. 벤처 1세대로서 1999년 카페24의 전신인 심플렉스인터넷을 창업하셨습니다.




    ► 1996년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어요. PC통신이라는 원시적인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해서 인기를 끌고 있었죠. 당시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 전자정보 교환, 즉 소통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그걸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서 부가가치를 올린 것이 빅데이터죠.
     저는 그것을 보며 인터넷에서 정보가 오고가면서 그 속에서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점에 매력을 느꼈고 앞으로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갈지 어느 정도 직관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창업하게 됐어요. 창업 후 경기의 부침은 있었지만 운이 좋은 판단이었다 싶어요.
     어떻게 보면 PC통신과 인터넷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제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연결이고 빅데이터잖아요. 당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문명이 출현하는 걸 보면서 앞으로는 그것을 뛰어넘는 초(超)문명이 나올 거란 기대를 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흥분했던 시대였죠.



    Q. 실제로 다가온 제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시대정신을 굉장히 잘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단 그것을 구현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고 봐요. 그 이유는 기술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측면에 있어요. 굉장히 많은 것을 잘 연결해야 할뿐더러 사람이 초연결된다는 것에 정서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정서적인 측면에서 다수로부터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최근 미국 사회를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이 잘 구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요즘 경기가 좋은 데다가 아무래도 실리콘밸리를 통해 가장 빨리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많이 입지 않았나 싶어요.


     

    Q.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1세대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런 ‘벤처 빙하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사실 큰 위기는 없었어요. 일단 급여가 밀린 적이 없습니다. 이 업계에서 20년 동안 급여가 단 한 번도 밀리지 않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를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되는 것도 기복이 있게 마련입니다. 주식 시장만 보더라도 파동이 있죠. 언제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대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자금 조달 부분에서는 늘 어려움이 따르고 고민도 많습니다.

     사실 저는 뭔가를 예측하는 것에 아주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생활 속에서 노력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시계를 보기 전에 지금 몇 시일지 미리 예측해 본다든지, 어느 건물에 갔을 때 몇 층 건물일지 대충 헤아려 보는 식이에요.
     아주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제 삶은 예측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면 잘 맞게 됩니다. 예측하는 절대량이 많다 보면 어떤 패턴이 생기고 왜 그런 패턴이 생겼는지 고민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거죠.



    Q. 업계 흐름에 맞춰 웹진, 채팅, 쇼핑몰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공한 사업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업도 있었을 텐데요.




    ► 창업 초기, 카페24는 규모는 작았지만 굉장히 성공률이 높은 기업이었어요. 그러다가 업계 1위 기업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시대가 왔죠. 그래서 잭 웰치가 강조한 ‘선택과 집중’을 2001년부터 시도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성립하려면 일단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상이 있어야 하잖아요. 즉 과도기나 혁명의 시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카페24는 다양하게 시도를 했고 이어서 집중도 잘했다고 봅니다. 이후 계속 성장하면서 10년 정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했습니다. 비록 5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실제 매출은 굉장히 좋았어요. 비즈니스가 안 돼서 생긴 적자라기보다는 더 큰 비전을 갖고 투자한 것이라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



    Q.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호스팅 산업에서 카페24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은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소통을 할 때는 눈높이, 달리 말해 ‘격’이 맞아야 합니다. 가령 명품 전시관에서 떡볶이를 판다면 좀 어색하겠죠. 호스팅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스팅을 사용하는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봐요. 반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규모의 경제에 실패했죠. 저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계속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춰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를 위해 항상 시장을 읽고 흐름을 예측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답이 보여요. 


     

    Q. 카페24에서는 매월 네 번째 금요일을 레저 휴가일로 지정하고 휴가비도 지원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작은 문제는 큰 문제 속에서 풀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헌법이나 UN 헌장을 읽어보면 핵심은 결국 인간 존중이에요. 차별하지 말고 차별하지 않는 것을 지속가능하게 하라고 말하고 있죠. 기업 경영에도 참고할 만한 굉장히 좋은 내용입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해요.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기에 소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기 주도적 문화와 소통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해요. 그 두 가지가 잘 어우러졌을 때 헌법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매우 단순한 문제죠.
     카페24에서는 상호 존중을 위해 직급보다는 ‘OO 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기업이 많지만 저희는 20년 전부터 그렇게 불러 왔어요. 일할 때도 콘셉트적인 부분에서는 최대한 소통하되 행정적인 부분은 자기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의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 제가 자주 강조하는 말이 ‘초심’입니다. 학생이 연초 계획대로 공부하면 확실히 성공할 거예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대로 계속 산다면 인생에서 실패할 일도 없을 것이고요. 사업도 초심에 이미 정답이 있다고 봐요. 성공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합니다. 자기와의 싸움이란 결국 초심을 흔드는 욕구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노력도 많이 했지만 초심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박예진 기자yejin@kmac.co.kr
    사진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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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한 내용은 PDF 및 2018년 1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